#노인과 바다
(어니스트 헤밍웨이)
서른을 바라보는 시기에 읽는
노인과 바다는 어떤 느낌일까,
조금은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.
책의 내용은 단순하면서 초현실적이다.
80대 노인이 84일 동안
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하는
운 없는 어부이지만,
85일이 되던 날, 큰 물고기를 잡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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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음엔 노인을 이해할 수 없었다.
입질이 왔을 때, 큰 물고기라는 것을 알아차리고
감당할 수 없겠다고 느꼈다면,
그냥 낚싯줄을 끊고 포기해버려도 되었을 텐데
이 노인은 왜 그렇게 까지 포기하지 않고
5.5미터나 되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노력했던 걸까.
그렇다고 물고기를 잡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.
작은 배에 싣고 올 수 도 없는 노릇이고
고생 길이 훤히 보이는데 왜 끝까지 고기를 잡으려고 한 것일까.
[인간은 죽을지는 몰라도 패배하는 것은 아니니까 / 희망을 버린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야]
내가 파멸할지는 몰라도 패배하지는 않는다.
파멸은 육체적인 의미, 패배는 정신적인 의미로,
5.5미터나 되는 큰 청새치는 곧 우리의 역경이나 고난으로 해석한다면,
노인은 자신의 나약한 신체와 같은 어려움을 정신력으로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.
[더 이상 선회하게 되는 날엔 내가 견디지 못할 것 같구나.
아니다, 그럴 리가 없다, 하고 노인은 스스로에게 타일렀다. 나는 영원히 끄떡없을 것이다.]
오랜 시간 동안 물고기와 힘겨루기를 해서
손과 등에서 피가 날 지경에 이르렀을 즈음,
노인이 스스로 정신을 다잡는다.
나도 정신적으로 정말 힘든 시기가 있었다.
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도 스스로에게 세뇌를 참 많이 했었던 것 같네.
30대가 되어서도 인생의 쓴 맛이 느껴질 때면
나도 노인과 같이, 예전에 그랬던 20대 초반의 나와 같이
스스로 잘 타이르고 '나는 영원히 끄떡없을 것이다' 라고 다짐해야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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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국 5.5미터, 700-800kg은 족히 넘을 것 같은, 큰 청새치는
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에게 다 뜯어 먹혀 뼈만 남은 채로 돌아왔다.
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지 않을까.
기껏 고난에서 빠져나와 일어섰더니,
뒤돌아보면 남는 것 하나 없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.
하지만 이 경험은, 또 다른 어려움이 닥쳤을 때,
다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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